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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실패, 영원한 실패 아냐…' 재기기업 돕는 한국기업회생지원協 조붕구 회장
작성자 운영자 등록일 2016-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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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실패, 영원한 실패 아냐…' 재기기업 돕는 한국기업회생지원協 조붕구 회장

"재기 가능한 사회 만들 것", 전문가집단과 기업 회생 컨설팅 본격화

김승호 기자(bada@)

▲ 한국기업회생지원협회 조붕구 회장은 지난달 말 주말 강원도 원주에서 서울까지 14시간을 자전거로 횡단했다. /조붕구

한국기업회생지원협회를 이끌고 있는 조붕구 회장(51). 코막중공업 대표는 그의 또다른 직함이다. 조 회장은 지난달 30일 강원도 원주에서 서울까지 자전거로 횡단을 했다. 한낮 온도는 35도가 넘었다. 미친척하고 미친듯이 달렸다. 토요일 아침 11시께 출발해 서울 목적지에 도착한 시간은 일요일 새벽 1시 정도. 중간 중간 길을 잃어 헤매기도 했다. 숨이 멈출듯한 '깔딱고개'도 수 차례 넘었다. 마치 그 여정이 지나온 자신의 인생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조 회장은 6시간 정도 잠을 잔뒤 아침 나절에 다시 배낭을 짊어졌다. 이번엔 지인과 함께 북한산 백운대를 올랐다. 

 

"가끔 역동성이 떨어지거나 정체돼 있는 느낌이 들때마다 (내가)하는 행동이다. 기업인에게 역동성이 저하되면 이끌고 있는 회사는 성장하지 못한다. 오히려 후퇴하고 결국 쓰러진다. 마치 페달을 밟지 않으면 자전거가 넘어지는 것과 같다."

 

원주~서울간 그토록 지난한 길을 그가 이를 악물고 자전거 페달을 밟았던 이유다.

 

지금은 거의 잊혀지다시피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키코(KIKO) 사태. 해외에 제품을 수출하던 기업들이 환율 변동 위험을 막아보겠다고 너나 할 것 없이 은행에서 가입한 상품이 키코였다. 하지만 어려울 때 도움이 될 줄 알았던 키코는 기업들에겐 결국 '사망선고'의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700곳이 넘는 중소기업이 3조원 넘는 돈을 잃었다. 번 돈을 모두 키코에 쏟아부어야했다. 수 많은 기업들이 스러졌다.

 

조 회장의 코막중공업도 키코로 타격을 입고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당시 그는 '키코피해공동대책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을 맡으며 키코의 폐해를 알리고, 기업들을 살리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하지만 이미 넘어진 기업들을 살리기엔 역부족이었다. "공황장애까지 생겼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몸무게는 계속 불어 100㎏이 넘었다." 불행중 다행히 그의 코막중공업은 기사회생했다. 이런 모든 과정을 손수 겪었던 그였기에 14시간의 고행길이 가능했던 셈이다. 

 

 

 

▲ 코막중공업 조붕구 대표는 키코 피해를 입고, 자신의 회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기사회생한 뒤 지인들과 뜻을 모아 한국기업회생지원협회를 만들고 현재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조붕구


 

그리고나서 그는 지인들과 뜻을 모아 기업회생지원협회를 만들었다. 2014년의 일이다. 기업들이 망하고, 망한 기업이 낙인찍혀 재기하지 못하고, 망한 회사의 기업인이 사회적으로 질타받는 것을 더 이상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협회 설립 이유를 "재기가 가능한 사회를 만들자고 생각했다. 기업들의 정보 공유도 중요했다. 전문가들의 노하우 접목도 필요했다"고 말하며 "(기업을)회생시켰다고, 살려만 놨다고 될 것이 아니다. 성장하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 얼마 남지 않은 자금마저 다 떨어지면 기업은 또 죽는다. 현재 성장기업에게 적용하는 시스템을 회생기업에도 똑같이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회에는 기업회생 절차가 진행중이거나 졸업한 기업들을 중심으로 어느새 300여 개 회원사가 모였다. 설립 취지에 맞게 정보공유, 분야별 전문가 그룹과 매칭 등을 통해 재기를 돕는다. 또 회생(예정)기업과 우량한 기업을 연결, 성장의 기회도 만든다. 정부의 제도 개선을 위한 지속적 건의도 협회의 주업무다.

조 회장은 "정부나 대학, 출연연구기관 등이 갖고 있는 기술을 회생기업에게 이전해 활용할 수 있도록해 결국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프로젝트도 새로 추진하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회생기업에 지분을 투자해 회생을 도울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유암코(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에 건의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기업도 죽었다 살아난 경험을 한 그에게 우리나라의 회생제도는 마뜩잖다.

 

"(회생을 위한)제도가 부실하다. 사각지대도 너무 많다. 회생이 끝나면 돈을 빌릴 수가 있어야 하는데 신용등급이 아예 나오질 않는다. 정책자금 받는 것도 불가능하다. 신보, 기보 등에서 보증을 받는 것도 어렵다. 망했다 살아난 회사를 놓고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려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콘트롤타워도 없다."

기업돈을 쌈짓돈처럼 허투루 쓴 기업인 등은 분명 처벌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열심히 사업하다 불가피하게 쓴 맛을 본 '성실 실패자'를 범죄자 취급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